“인생의 보람요? 우리 채소로 만든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니 다들 맛있다고 엄지척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날아갑니다. 그게 보람이죠 뭐”
‘초이 프로듀스(Choe Produce)’ 대표의 인생 보람론이다. ‘초이 프로듀스’는 호놀롤루 주요 식당에 매일 신선한 야채를 공급하는 식자재 전문 회사다. 주 종목이 야채지만 두부, 김치, 과일 등 싱싱한 먹거리도 함께 취급한다.
배추, 무, 당근 등 주요 야채의 경우 무게감이 상당해 주로 남성들이 대표로 활동하지만 ‘초이 프로듀스’는 여장부 대표가 매일 상품 출하 현장을 지휘한다.
5명의 배달 전문 직원들은 모두 남성이다. 하지만 일손이 달리면 대표가 직접 나서 상품 포장부터 배달까지 처리한다. 여장부이자 똑순이 스타일인 그는 세상에 무서운 게 딱 하나 빼고 없다고 말한다.
“여자라고 얕보는 사람 있으면 데려오세요. 얼마나 강한지 나랑 내기하면 내가 이길 자신 있어요. 요즘 세상에 여자 일 남자 일이 따로 있나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정신 상태가 오히려 약한 사람들이에요. 진정한 강자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게도 무서운 건 있죠. 그건 바로 고객의 따끔한 지적이에요.”
천하장사, 오뚝이 이미지지만 가장 무서운 존재(?)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공급한 야채가 신선하지 않다거나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불평하시는 식당 사장님이나 마트 매니저의 말씀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에요. 오랜 세월 동안 ‘초이 프로듀스’를 사랑하고 믿어주셨던 ‘약속’에 살짝 손상이 생기는 순간인 거죠. 당연히 저는 그 순간이 무섭고 떨립니다.”
그가 일하는 사무실은 창고 한편의 작은 공간이다. 에어컨도 없이 연일 핫한 하와이 날씨를 이겨낸다. 하지만 대형 창고는 24시간 에어컨이 돌아간다. 이곳에서는 사람보다는 야채가 더 대접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직접 송장(출고 지시서)도 만들고 고객 주문전화도 받는다. 또 배달 직원들의 동선도 일일이 점검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니 매일 눈코 뜰 새 없는 전쟁통에서 산다.
“매일 바쁜 게 그래도 좋아요. 따로 운동을 하지 못해도 회사가 바쁘게 돌아가면 엔돌핀이 나와 건강해지나 봐요. 바쁜 만큼 비례적으로 몸도 마음도 가볍고 즐거워요. 반면 주문전화가 줄거나 출하 상품이 없을 때는 힘이 빠지고 피로가 한순간 몰려옵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정말 힘듭니다.”
요즘, 미국 연방정부 셧 다운 영향으로 하와이 주요 식당이나 그로서리 마켓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연방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식량보조 프로그램(SNAP)이나 푸드 스탬프(FOOD STAMP) 관련 예산 집행을 중단하거나 삭감하면서 각 가정의 씀씀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정책 변화로 우리 회사의 매출이 줄었지만 단골 거래처 사장님들이 한숨을 쉬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게 더 가슴 아파요. 하루빨리 여러 이슈가 정상화돼서 하와이 경제가 다시 살아나길 학수고대합니다.”
화장할 새 없는 현장 비즈니스, 신선도가 생명인 야채를 신속히 입고하고 배달하느라 머리와 손발을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업무 특성상 화사한 옷을 입지 못하고 멋도 내지 않았지만 그는 참 멋지다. 또 그에게서 진한 사람의 향기가 풍긴다.
그의 얼굴은 고객을 진정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의 온기’로 늘 빛이 난다.
![[이 여자 멋지다] “하와이 맛집의 싱싱한 야채, 우리가 책임져요”](https://haninroad.com/wp-content/uploads/2025/10/초애-프로듀스-사장.jpg)
